철학책 추천

분류없음 2015.09.24 15:57


철학책 추천의 폭이 좁은 듯 해서, 몇 글자 적어봅니다. 서양철학 중심 입니다.

1. <프랑스 고교 철학 1-4권>

철학에 대한 기초 입문으로 이 책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기실 철학에 대한 공부가 얕을 때, 특정 주제에 대해서 물어보면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오류는 왜 발생하는가와 같은 문제는 철학자의 이름과 주요 개념을 외워서는 해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주제를 중심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며, "연습문제"도 있습니다. 양이 많은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2. 양운덕, <피노키오의 철학 1-4권>
이야기식으로 씌여 있어, 가장 가독성이 높은 책입니다. 논술을 위한 책으로 광고되지만, 실제 그렇지 않습니다. 말이 쉽다고 내용까지 다 쉬운 것은 아니지요. 쉬운 서술 속에 주요한 현대 철학의 쟁점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3. 힐쉬베르거, <서양철학사 1,2권>

철학 전공자들도 참고해서 보는 책입니다. 주요 철학자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한 것은 이 책의 강점입니다. 라이프니츠에 대해서 이처럼 자세하게 설명하는 개론서는 없지요. 단, 힐쉬베르거의 관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힐쉬베르거는 사상적 연속성을 강조합니다.(서문에서 언급하지요) 근대철학을 중세 철학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보므로, 이른바 "프랑스 철학"과는 완전히 다른 전통적 입장을 견지합니다. 그리고 고대철학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없다면 2권의 데카르트 부분부터 읽을 것을 권합니다. 르네상스 철학은 전공자가 아니라면 큰 도움이 안 됩니다.

4. 윌 듀란트, <철학이야기>
철학에 대한 매우 쉬운 서술이 강점입니다. 그러나 집필 시기와 오늘날 사이의 상당한 기간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니체에 대해서는 혹평을 하고 있으며(사회사상으로 니체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크로체에 대해서는 오늘날 사람들이 많이 찾아보지는 않지요. 저는 그렇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아닙니다.

5. 이진경,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 책이 많은 철학입문서로 쓰인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 다양한 철학에 대한 갈망이 많던 시절, 철학책이 마땅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 때 나온 책이 바로 이책입니다. 이 책에 익숙한 많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추천했더랬지요. 이 책은 근대성이라는 주제어를 중심으로 설명되어 있으며, 따라서 모든 철학자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씌여있는데다가, 후반부의 현대철학 부분은 설명이 미흡합니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갖춰진 분들은 모르겠으나, 초심자가 이해했다고 말하기에는 많은 개념들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6. 코플스톤 철학사 1-10권
영어로는 10권이 출간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전부 번역되지는 않고,<중세철학사>, <합리론>, <경험론> 부분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코플스톤은 명쾌하게 요약 정리하고 있으며, 힐쉬베르거와는 다른 관점으로 철학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코플스톤의 <칸트> 또한 권하고자 합니다.

7. 홉스봄 혁명 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서양사를 잘 모르고서 철학 공부를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철학은 시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19세기 이후 서양사의 흐름을 명확하게 해설하며, 각 책의 후반부에는 분야별, 주제별 논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흐름과 더불어 철학을 알고자 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이 책을 먼저 추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게시판을 보고 몇 마디 남기고자 합니다.

1. 왜 철학을 공부하려 하십니까.
많은 분들이 저처럼 주위의 많은 일들에 대한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해서 조금 더 많은 이해를 위해 페이지를 넘기셨을 것입니다. 관심의 분야는 많이 다르셨을 것입니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철학자들의 책을 우선 보실 것을 권합니다. 많은 분들이 칸트를 읽고자 하십니다. 제 생각에는 독일 근대 관념론 중심의 한국철학계의 영향력이 크다고 봅니다.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직접 읽고 이해하고자 하십니다. 만연체의 독일어와 역사가 유구한 개념어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그대로 많은 행과 절을 충실히 보지 못하고 넘어가실 것 같습니다. 그것에는 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이 고민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관련된 철학자, 사상가들의 기본서, 예컨대 <형이상학 서설>같은 책을 보시는 것이 여러분의 갈증을 해결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2. 조금 더 깊이 알고자 하신다면, 개념어에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우리말은 명사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서양철학 역서의 경우 번역이 난삽한 경우가 많습니다. 경험론의 오성, 합리론의 이성, 칸트의 오성, 이성 개념은 각각 다릅니다. 각각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개념상의 오류가 발생합니다. 연역법과 귀납법에 대한 토론도 그렇습니다. 연역과 귀납은 절대 진리인지 궁금합니다. 연역의 제1명제가 보편명제인지 누가 보증하나요? 모든 까마귀는 검지만 10만년 뒤에 하얀 까마귀 한마리라도 태어나면, 까마귀는 검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연역과 귀납에 대해서 그 자체의 특성과 한계에 대해서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조금 더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3. 철학자, 사상가의 "주저"를 읽는 것은 조금 생각해봐야 합니다.
레비-스트로스의 경우 <슬픈 열대>부터, 프로이트의 경우 <정신 분석 강의>부터, 니체의 경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부터, 하이데거의 경우 <존재와 시간>부터 읽는 경우가 많은 데 "주화입마"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레비-스트로스의 경우 <신화학>부터,프로이트의 경우 <꿈의 해석>부터, 니체의 경우, <비극의 탄생>부터 하이데거의 경우 <칸트와 형이상학의 문제> 또는 <니체와 니힐리즘>부터 읽을 것을 권합니다. 철학자들의 사상이 전기, 후기로 대별되는 경우도 있지만, 전공자가 아니라면,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주위 선배들에게 물어보시면 저보다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댓글에는

나는 램프레히트 철학사(굳이 램프레히트가 아니어도 철학사를 한번 훑고)를 읽고 거기서 관심이 동하는 철학을 취사선택 하는 걸 추천함. 난 피에르 빌루에의 푸코 읽기를 접하고 담론의 질서, 비정상인들처럼 연설문, 강의록을 읽고 다음에 감시와 처벌이나 광기의 역사 읽었음. 대체로 입문서라고 불리우는 것들의 단점은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저작자의 시각에 그대로 동요할 위험이 큼. 특히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Posted by 이정기